생각 뒤집기

이상적인 회사에서는 높은 연봉과 승진이 능력에 비례합니다. 그러나 개개인의 능력을 제3의 어떤 완벽한 존재가 평가하지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능력을 평가하는 사람'이 존재하죠.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개인의 감정도 들어가죠. (한마디로 '인간'이죠.) 또 그들은 다른 사람의 능력을 정당히 평가하려고 지옥철을 타고 오는 게 아닙니다. 그들도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능력을 평가받을 업무가 따로 있죠. 따라서 직장에서 '능력'이란 곧 '능력을 얼마나 전달했느냐'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능력'은 '말'을 통해 전달됩니다.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자신의 능력'과 '실제 자신의 능력'은 꼭 일치하지 않습니다. '말'에 실제 말하는 사람의 심리가 드러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인 거죠. 한 예로, 로리 헤더링턴(Laurie Heatherington)이 대학생 수백 명에게 예상 학기 말 성적을 물었습니다.[각주:1] 그 결과 여학생의 예상성적이 남학생의 예상성적보다 낮았지만, 익명으로 본인의 예상 기말 성적을 묻자 예상 점수의 차이가 없어졌습니다. 여학생들의 '말'만 듣고서는 몰랐을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여학생의 마음을 알게 됩니다.
2015년 세계적으로 이사회에 속하는 여성 비중이 12%[각주:2]로 낮은 현실 속 높은 지위의 여성이 적은 대부분의 회사 내에서 남성 스타일의 대화방식을 기준으로 능력을 평가받습니다. 물론 성별 대화방식의 차이는 가능성과 정도의 차이일 뿐 모든 상황을 결정짓지는 요소는 아닙니다. 그러나 직장에서 서로 다른 대화방식이 상호작용을 하죠. 요컨대 모른다고 인정을 잘하는 사람과 모르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두 스타일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모른다고 인정을 하면 시간을 절약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배울 수 있겠죠. 반면 스스로 답을 찾아내면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실제 능력과 결과물은 상황마다 달라집니다. 그러나 대다수 스스로 모르는 점을 드러내지 않는 조직 속에서, 모르는 점을 드러내지 않는 상사에게는, 모른다고 쉽게 인정하는 대화방식의 사람은 실제 능력보다 낮게 평가받게 되어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물론 남녀 연봉 차이가 여성이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려 하지 않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Marjorie Nadler Lawrence Nadler가 학생 174명에게 연봉협상을 하는 역할극[각주:3]을 하도록 했습니다. 타협이 이루어진 연봉의 결과 여성의 연봉이 남성의 연봉보다 낮았습니다. 관리자 역을 맡은 여학생과 남학생 모두 부하직원역 여학생보다 부하직원역 남학생에게 협상 전부터 높은 임금인상률을 제안했습니다. 관리자가 남성이고 부하직원이 여성이었을 때 임금인상률이 가장 낮았습니다. 

이런 차이는 실제 현재 남녀 연봉 격차를 보면 놀랍지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남성이 100원을 벌 때 여성은 77원을 법니다.[각주:4]
(밑 영상은 같은 행동을 바라보는 우리의 다른 시각을 다룬 팬틴의 짧은 광고입니다. 저는 팬틴과 아무 관련 없습니다.)


주위에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지 말라고 요구받는 여성은 임금 인상을 요구할 때 다른 임금 높은 사람 이야기를 합니다. '이 사람이 이렇게 받으니 자신도 이만큼 받아야 불합리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는 좋지 못한 전략입니다. 상사가 바로 그보다 낮은 연봉을 받는 사람의 예시를 얼마든지 들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다른 사람을 예로 들기보다, 불편하지만 자신의 절대적인 가치를 말로 전달해야 합니다. 


다음 글은 자신의 가치를 행동으로써, 말로써, 남에게 전달하려고 할 때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1. Heatherington, Laurie, et al. "Two investigations of “female modesty” in achievement situations." Sex Roles 29.11 (1993): 739-754. [본문으로]
  2. "Women Joining But not Leading Boardrooms Globally" Deloitte press release, June 10, 2015. [본문으로]
  3. Nadler, Lawrence B., Marjorie Keeshan Nadler, and William R. Todd-Mancillas. Advances in gender and communication research. University Press of America, 1987. [본문으로]
  4. Global Gender Gap Index 2016, World Economic Forum [본문으로]
유명한 언어학자 데보라 테넌이 워싱턴 주 작지만 유명한 지역 서점 주인에게 의뢰를 받았습니다.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데 혹시 그 원인을 찾아낼 수 있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서점에서 서점 주인과 서점 직원 간의 대화를 녹음했습니다. 녹음을 듣던 중 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여자인 서점 주인이 남자인 서점 직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회계 장부담당자가 건물 상황에 대해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녀를 도와주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The bookkeeper needs help with the building. How do you feel about helping her out?"

그러자 남자 부하직원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Fine."라고 말했습니다.


여자 서점 주인은 이 남자 부하직원이 회계 장부담당자를 도와주지 않자 화가 났습니다.


데보라 테넌이 이 남자 부하직원에게 물었습니다. 
"왜 회계 장부담당자를 도와주지 않았나요?"  
그러자 그 남자 직원은 업무를 안 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다고 답했습니다. 단순히 자신이 업무를 부여받은 것인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말 그대로 여자 주인이 자기 생각을 물었던 것이고, 나중에 그 업무를 부과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뿐, 지금 그 일을 해달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대화 스타일로 일어난 이러한 오해에 대해 태넌은 그 서점 주인에게 알렸습니다. 그 후 서점 주인을 다시 만난 테넌이 서점 주인에게 일은 어떻게 돼가냐고 물었습니다. 이제는 문제없이 운영된다고 답한 서점 주인에게 태넌이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말하는 스타일을 바꿨나요?"
"아니요. 그냥 그가 내 말하는 스타일을 공부했습니다."

그녀가 서점 주인이었기 때문에 부하 직원이 여자 보스의 대화 스타일을 배우면 되는 거였습니다. 소규모 서점에서는 한 명의 부하 직원이 한 명의 상사 대화 스타일을 터득하면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조직의 규모가 큰 회사에서는 이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언어학자 태넌은 직장에서 일어나는 오해와 그에 따른 업무적 효율성 저하가 이러한 남녀 사이의 관습적인 대화 방식 차이에서 일어난다고 그녀의 책에서 설명합니다. (저는 작가·출판사·인터파크와 아무 관련없이 이 책이 제게 도움이 되서 글을 적었습니다. 단지 밑의 링크로 책을 구매하시는 분께는 아무 가격차이 없이 제가 인터파크 포인트 3%을 얻습니다. 참고해주세요:) )
일터에서의 남 VS 여 대화의 법칙데보라 태넌(Deborah Tannen)
상세보기


남녀 사이 관습적인 대화 방식 때문에 서로 오해를 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조직의 효율성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한 포춘 500 회사 이사회에서 한 여자 이사위원이 그녀의 비서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스타일을 보고, 그 자리에 있던 남자 이사위원이 그 여자 이사위원에게 당신은 높은 사람이니 그 비서에게 당신의 권위를 보여주라고 했습니다. 그 여자 이사위원은 어리둥절했습니다. 자신은 자신을 낮추는 커뮤니케이션 스타일로 비서에게 자신의 높은 권위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에 반해 남자 이사위원은 그녀와 비서의 대화는 그녀를 자신감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임무를 부여할 때, 여자 상사의 경우 주로 부하직원에게 "이거 할 수 있어요?", "4시까지 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하고, 남자 상사의 경우 주로 "이거 언제까지 해달라."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게의 남자직원은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에서 상사가 자질을 낮춰 평가하게 됩니다.

왜 높은 지위의 여자가 이렇게 다른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 글 [이름이 호감도를 결정할 때에 우리가 여자 상사와 남자 상사를 대하는 자세, 그리고 그것의 영향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여자는 거울을 보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고

남자는 거울을 보며 나 여기 좀 괜찮다고 한다는 말을 고등학교 때 들었습니다.

그때는 웃으며 넘어갔고 거기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한참 후에 이 영상을 보고 고등학교 시절의 저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올립니다.

(이 영상은 Dove의 광고입니다. 저는 Dove와 아무 관계 없습니다. :)



물론 미용 브랜드 Dove가 이 광고로 자사 브랜드 홍보하는 건 아이러니하지만, 

그래도 볼만한 영상입니다.

자신에게 좀 더 친절히 대해보는 건 어떨까요? ^^



이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제 블로그 다른 글은 어떻나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영상 #1]


여자 하이디 로젠 vs 남자 하워드 로젠

컬럼비아 대 교수 Frank Flynn이 반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매우 성공적인 투자자인 하이디 로젠(Heidi Roizen)을 평가하는 거였습니다.

설문지에는 하이디 로젠의 업적과, 거기까지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적었습니다.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같은 내용의 설문지를 줬습니다.
유일한 차이는 두 번째 그룹엔 여자 이름인 실제 이름 하이디를 남자 이름인 하워드라고 바꾸었습니다.

첫 번째 그룹은 이름이 하이디 로젠이라고 제대로 쓰인 설문지를, 
두 번째 그룹은 이름이 하워드 로젠이라고 쓰인 설문지를 받았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두 그룹 각각 하이디와 하워드 능력이 뛰어나다고 인정했습니다.
당연하겠죠. 원래는 똑같은 사람이니까요.

그러나 학생들이 느낀 호감도에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남자 이름의 하워드를 평가한 그룹은 그를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라고 평가한 반면,
여자 이름의 하이디를 평가한 그룹은 그녀가 이기적이어서 같이 일하고 싶은 않은 사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이디는 자신만 생각하고, 정치적이며, 계산적이라고 평가받았습니다.

이것은 Double Bind에 속합니다.
Double Standard와는 조금 다른데요,
Double Standard는 다른 그룹을 각각 다른 잣대로 평가하는 겁니다.
이는 정당하지 않지만 더 높은 수준을 요구받은 그룹이 그 높은 기준을 이론적으로는 충족할 수는 있는 거죠.

Double Bind

Double Bind는 추구하고자 하는 '좋은 가치'가 서로 상충하는 것을 지칭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자신의 목표로 '인기 있는 사람'이자 '좋은 리더'를 삼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남자에게는 이 두 가치를 따르는 행동이 대체로 일치합니다.
야심 있는 남자는 좋은 리더이자 인기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죠.

야심 있는 여자에게는 인기가 그냥 따라오지 않죠.
'그 여자 수업시간마다 계속 손들어 질문했기 때문에 인기 짱이야.'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다른 사람'을 평가할때, 말 그대로 '우리'도 그 평가에 영향을 줍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고 요구하는 기준을 바탕으로 평가하게 되죠.
그래서 사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는 두 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칩니다.
'나의 기대'와 '그 사람'.

그런데 이런 '나의 기대'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어떤 사람에 대해 평가해보라고 할 때 당연히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지 그 사람을 평가하는 '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죠.
'Heidi'가 어떤 사람인가 판단할 때 'Heidi'에 대해 생각하지 Heidi에 대한 '나의 기대'는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 어떻게 생각해?"라고 질문을 받으면, "어, 잠깐만, 나 '나'에 대해 생각 좀 해보고."라고 하게 되지 않죠.

오히려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 충분한 정보도 없이 결론을 내리기 쉽죠.
하지만 소소한 일부터 중대한 결정까지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해 내린 평가를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누구를 인기투표로 뽑을까, 어떤 사람을 고용할까, 어떤 사람이 대통령에 알맞나.
 

판단을 내리는 '나'


2016년 2월, 조지타운 대학교 교수 데보라 태넌(Deborah Tannen)이 워싱턴포스트에 2016년 미국 대선에 관해 썼습니다.
('힐러리 클린턴과 높은 자리에 있는 여자들에 대한 우리들의 불가능한 기대')입니다. 

The question we face is more subtle and complicated than do i vote for her because she's a woman. Rather can i be sure i am judging this candidate accurately given the double bind that confronts all women in position of authority.[각주:1]

우리가 우리 스스로 물어야 될 질문은 '힐러리 클린턴이 여자니까 그녀를 뽑아야 하나'보다는 조금 더 미묘하고 복잡합니다. 오히려, 높은 권위의 여자가 모두 겪는 딜레마(double bind)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스스로 물어야 될 질문은 과연 내가 이 후보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을까입니다. 


대부분의 매체는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유권자의 생각은 전적으로 힐러리 클린턴에게서 비롯된 거라는 전제로 선거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이 글은 유권자가 본인의 기준으로 힐러리 클린턴을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권자 본인의 기준을 들여다볼 것을 권합니다.


앞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을 판단하는 '나'에 대해 생각해보면 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COO 셰릴 샌드버그는 포춘 잡지 콘퍼런스에서 어느 큰 회사 CEO가 해준 얘기를 전했습니다.


그 CEO는 마침 후보 A, 후보 B 중 누구를 승진시킬 것인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여자인 후보 A가 남자인 후보 B보다 능력적인 면에서는 뛰어났는데, 동료평가 결과 후보 A의 호감도가 낮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Double Bind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고민 없이 후보 A를 선택했는데, 돌아보니 그것은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전했다고 합니다.


Heidi를 평가한 컬럼비아대 학생들이 Heidi가 계산적이라고 평가한 다음, 거기서 멈추지 않고 Heidi가 계산적인 게 왜 그렇게 나쁜가, 내가 그것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스스로 물어봤다면 Heidi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까요?


이 글 마음에 드셨다면 제 블로그 다른 글은 어떻나요?   [사용하는 말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영상 #1]


 



  1. 이 글은 태넌의 기사 일부분입니다.(한국어는 제가 문맥에 맞게 번역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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